Tuesday, March 1, 2011

"앙부일구" 태양의 움직임을 읽는 시계, 달력

아침, 점심, 저녁, 하루, 한 주, 한 달, 계절, 일 년. 이처럼 연속된 시간의 흐름을 분절하는 시간의 ‘단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하루 세끼 때가 되면 배가 고프고, 매일 해는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 달은 찼다가 기울기를 반복하고, 계절마다 꽃이 피고 무더위가 오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린다. 이렇듯 끊임없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자연의 주기성 속에서 인간은 살아간다. 시간은 그 주기성의 기록이다.


시간과 계절에 따른 해 그림자의 변화를 이용한 해시계

해가 뜨고 지는 주기성을 이용하여 시간을 알 수 있는 도구가 해시계이다. 해의 그림자를 이용한 해시계는 나무 그림자의 방향과 길이를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어 시계의 가장 이른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예전부터 사용되던 까닭에 일상생활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시계방향(clockwise)’이란 개념은 태양이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짐에 따라 그림자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므로 정해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유물이나 기록으로 전하는 해시계는 7세기경의 신라 해시계가 있으며, 조선시대에는 앙부일구(仰釜日晷),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천평일구(天平日晷), 현주일구(懸珠日晷), 정남일구(定南日晷), 규표(圭表), 간의(簡儀), 휴대용 해시계 등이 있다.

앙부일구는 시간과 계절에 따른 해 그림자의 변화를 이용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시계다.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앙부일구를 비롯해, 신라시대에서부터 조신시대까지 우리 역사 속의 
다양한 해시계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앙부일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시계

앙부일구는 일명 오목해시계로 불리는데, 1434년(세종 16년) 만들어져 혜정교(惠政橋, 현 광화문 우체국 북쪽에 있던 다리)와 종묘(宗廟) 앞에 설치된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시계이다.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는 ‘앙부일구를 구리를 부어서 그릇을 만들었는데, 모양이 솥(釜)과 같다. 안에 둥근 송곳을 설치하여 북에서 남으로 마주 대하게 했으며, 움푹 패인 곳에서 휘어서 돌게 했고 선을 새겨 태양이 움직이는 궤적을 그렸다. 12지신을 그린 것은 글을 모르는 백성을 위한 것으로 길가에 놓아두니, 구경꾼이 모여든다. 이로부터 백성도 이것을 만들 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앙부일구는 12지신이 그려진 것이 없고 모두 한자로 12간지가 적혀 있다.)

앙부일구의 모습(국립과천과학관 역사의 광장).


앙부일구는 시계뿐 아니라 달력 역할도 했다
앙부일구는 해 그림자가 맺히는 오목한 시반(時盤)과 그림자를 맺혀주는 영침(影針), 이들을 지지하는 4개의 다리, 그리고 다리를 받치는 동시에 물을 채워 시반을 수평으로 바로잡을 수 있는 십자 모양 물받이로 이루어져 있다. 시반 면에는 시각선과 절기선이 새겨져 있고, 시반 주위는 빙 돌려서 24절기와 24방위를 새긴 지평환(地平環)이 있다. 영침과 나란한 시각선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묘, 진, 사, 오, 미, 신, 유의 7개의 시(時)가 적혀 있다. 영침과 직각으로 절기선을 13개 새기고 24절기를 새겨 넣었는데 오른쪽 맨 위부터 그림자가 가장 긴 동지부터 가장 짧은 하지까지 새겨 표시하였고 왼쪽 밑에서부터는 나머지 하지에서 동지까지 계절을 차례대로 표시하였다.

태양은 계절, 지방에 따라 남중고도가 달라진다. 태양의 남중고도는 ‘90° - 위도’가 되며, 지구 자전축이 23.5° 기울어져 있어 이 값에 춘·추분은 0°, 동지는 -23.5°, 하지 때는 +23.5°를 더하면 그 계절의 남중고도가 된다. 즉, 서울(위도 37.5°)을 기준으로 태양의 남중고도는 춘추분에는 52.5°, 하지 76°, 동지 29°이다. 겨울에는 집 안 깊숙이 햇빛이 들어오고, 여름에는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있어 그림자가 길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앙부일구는 가로글씨를 읽으면 시각이, 세로글씨를 읽으면 계절을 동시에 알 수 있어 시간을 재는 시계인 동시에 일년의 날짜와 절기를 알아보는 달력의 역할을 하였다.


한국 표준시는 해시계보다 32분 빨라

한국 표준시 KST(Korea Standard Time)는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의 시각인 세계협정시(세계표준시 UTC /GMT )에 9시간을 더하면 된다. 즉, 경도 15°마다 1시간씩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현재 13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135°는 일본의 표준시의 기준이며, 실제 135°는 일본 고베 근처와 러시아의 하바로브스크를 지나는 자오선이다.)

우리나라 표준시는 4차례의 변화를 거쳐왔다. 1908년 4월 1일 대한제국은 서울을 기준으로 한 127.5°를 표준시로 사용하였으나, 일제 강점기인 1912년 1월 1일 조선총독부는 일본과 동일한 135°로 기준을 바꾸었다. 해방 이후 1954년 3월 17일 이승만 정부는 서울을 기준으로 한 127.5°로 환원하였다가, 5.16 군사정변 이후 1961년 8월 7일 다시 동경 135°로 표준시가 변경되었다.

국가의 표준자오선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1시간 단위 차이가 나도록 구분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표준시는 4차례 변화를 거쳐 현재 135°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출처: CIA>


일반적으로 국가의 표준자오선은 그리니치 천문대를 기준으로 15°의 배수, 즉 정수 시간(1시간 단위) 차이가 나도록 하고 있다. 164개국 중 97%가 정수 시간차로 표준시를 설정하고 있다. 1961년에 표준시를 변경한 배경 중 하나도 이런 이유이다. 그래서 현재 사용하는 표준시는 실제 시간보다 정확히 32분 빠르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시한 서울의 경도는 126°59’으로 즉 서울과 일본의 경도 차이는 8°가 되어, 32분의 시차가 있다.) 즉 해시계로 측정한 시간에 약 30분을 더해야 현재 이용하는 시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실제 자연의 시간보다 30분 당겨 생활하고 있는 것이며, 다른 의미로 보면 일년 내내 30분의 일광 절약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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